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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무와 꽃 여행: 배롱나무의 꽃과 잎/이름의 유래, 그리고 꽃말

수원역 근처에 있는 AK플라자 백화점에 갔다가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건물 안에만 있자니 좀 답답했거든요. 그런데 옥상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쳐들어오는 더운 바람에 약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두 걸음 내딛으며 자연 바람을 느끼면서 옥상을 거닐었습니다. 그러다가 옥상 한쪽에 우아하게 서 있는 화사한 꽃나무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숨가쁜 도시의 백화점 옥상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도시의 한복판, 그것도 백화점 건물의 옥상에 홀로 활짝 피어 있는 꽃이라니, 뭔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꽃인가 했더니 바로 배롱나무꽃이었답니다. 이제부터 배롱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전체적으로 나뭇가지가 옆으로 쭉쭉 뻗어 나가면서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 그루가 모여 하나의 나무처럼 둥그렇게 커 나가고 있네요. 다른 한 쪽에는 세 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고요.

 

배롱나무 나란히 나란히

 

 

 

 

배롱나무의 꽃

여름에 피기 시작하는 배롱나무의 꽃은 거의 가을로 접어들 때까지 핀답니다. 즉, 7월부터 9월까지 꽃이 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배롱나무의 꽃

 

 

배롱나무꽃의 색깔은 자줏빛을 띤 붉은색인 자홍색 또는 하얀색입니다. 이 백화점의 옥상 정원에는 자홍색 꽃만 피어 있었습니다. 언젠가 하얀색 꽃도 보고 싶네요.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습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본 배롱나무꽃

 

 

 

배롱나무의 꽃들은 가지 끝에 달려 있었습니다. 자홍색 꽃잎들은 쭈글쭈글 오글오글 주름이 잔뜩 잡혀 있었고요. 그리고 암술은 한 개이고 수술은 수십 개예요. 가장자리의 6개 정도가 길고요. 암술대와 수술이 삐쭉 길게 밖으로 나와 있네요.

 

 

 

배롱나무의 줄기

 

 

배롱나무의 줄기

이제는 배롱나무의 줄기를 한번 살펴볼까요? 앗, 배롱나무의 줄기가 뭔가 이상하네요. 줄기 껍질이 벗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나무껍질을 벗겨 낸 것일까요? 그럴 리는 없겠지요? 전체적으로 옅은 갈색을 띠고 있는데요. 원래 배롱나무의 줄기는 마치 사람이 일부러 나무껍질을 일부 벗겨 낸 것처럼 되어 있답니다. 그래서 줄기가 얼룩덜룩해 보입니다. 또한 매끈매끈하고요.

 

 

배롱나무의 잎

그럼 배롱나무의 잎은 어떨까요? 배롱나무의 잎들은 서로 마주보며 나 있었습니다. 모양은 기다란 타원 모양이고요.

 

 

배롱나무 잎

 

 

살짝 만져 보니 잎이 약간 두꺼운 편이고 윤기도 흐르네요. 가장자리에 톱니도 없고요. 배롱나무를 만나기 전에 먼저 만났던 란타나의 잎과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배롱나무 잎의 뒷면

 

 

 

배롱나무의 이름들

그렇다면 배롱나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원래 배롱나무의 이름은 ‘백일홍’ 나무였다고 해요. 꽃이 백 일 동안 피어 있는 나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백일홍, 백일홍’이라고 부르다가 ‘백일홍’이 바뀌어 ‘배기롱’이 되고 결국 ‘배롱나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랍니다. ‘백일홍’과 ‘배기롱’, 두 낱말의 발음상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지요?

 

 

배롱나무와 하늘

 

 

 

내친김에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들도 알아볼까요?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에는 백일홍나무, 나무백일홍, 목백일홍, 간지럼나무, 파양수 등이 있답니다. 아니, 배롱나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데요. 간지럼나무라는 이름은 또 뭐죠?

배롱나무의 줄기를 만져보면 나무가 간지럼을 타는 듯이 흔들린다고 해요. 그래서 ‘간지럼나무’ 또는 ‘간질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한번 줄기를 만져 볼까요? 어? 정말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렸을 뿐일까요?

 

활짝 핀 배롱나무꽃

 

배롱나무 꽃말

어떤 나무나 꽃을 만나고 그 나무나 꽃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꽃말이 정말 궁금해지지요? 배롱나무의 꽃말은 ‘떠나간 벗에 대한 그리움’, 또는 ‘부귀’라고 합니다. 사뭇 서로 느낌이 다른 꽃말들이네요. 꽃말을 알고 나니 배롱나무가 이전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여름철에는 나무에 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기 어려운데요. 이렇게 꽃이 귀할 때 배롱나무가 한몫을 톡톡히 해 주네요. 지금까지 도시의 한복판에서 만난 배롱나무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